촉법소년 제도가 의무교육 제도와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 의무교육은 단순히 학교에 다니는 행정적 절차가 아니라,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규범과 책임 의식을 배우는 사회화 과정이다. 즉, 의무교육을 마치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가 그 개인을 아직 완전한 사회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그런데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거나 제도를 폐지하여 의무교육조차 마치지 않은 아이를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제도적 자기모순이다. 국가는 한편으로 그들을 ‘아직 사회화되지 않았다’고 정의하면서, 동시에 ‘사회화된 성인처럼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셈이 된다. 이는 제도 스스로가 세운 사회화의 기준을 부정하는 일이다.
형벌은 행위자가 법과 결과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책임이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 위에서만 성립한다. 의무교육 제도는 바로 그 능력을 형성하기 위한 과정이며, 국가는 이를 통해 모든 시민이 최소한의 사회적 이해를 갖추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이 끝나기 전의 행위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가 아직 완성하지 못한 사회화 과정의 그림자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성인과 같은 수준의 처벌을 가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행위다. 아직 사회화되지 않은 존재를 사회화된 존재로 취급하는 것은 법의 정합성을 무너뜨린다.
결국 촉법소년 문제는 단순한 형사정책의 논의가 아니라 국가가 스스로 설정한 사회화의 기준과 법적 책임의 기준을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가에 관한 제도적 정합성의 문제다. 두 기준이 어긋나는 순간, 국가는 스스로 세운 성숙의 기준을 부정하면서도 그 결과만을 강요하게 된다.